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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닷가 마을을 지나치다 보면, 물고기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가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. 동네한바퀴 화성 편을 보다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. 화면 속에는 꽃게만 가득한 수조가 있었지만, 정작 시선을 붙잡은 건 그 곁의 사람들이었습니다.
단순히 꽃게를 파는 부부가 아니라, 바다를 통해 같이 살아온 두 사람의 시간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. 궁평항에서 이어진 꽃게 부부 이야기가 어떤 삶을 담고 있는지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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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닷길에 선 부부
궁평항은 가을이면 꽃게로 북적이지만,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건 고향이기도 합니다. 남편은 한때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고, 아내는 바다와는 거리가 먼 내륙 출신이었습니다. 외환 위기 이후, 뜻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이곳까지 오게 됩니다.
처음 바닷일을 할 때 아내는 물살을 견디지 못해 바다에 빨려 들어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. 위험했던 그 순간 이후 남편은 바다에서 더 오래 버티고, 아내는 다시 배를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. 대신 항구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 것이죠. 바다에서 일하고, 항구에서 파는 방식으로 둘만의 일을 완성해갔습니다.
꽃게보다 중요한 것
지금 이 부부는 궁평항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 남편은 날씨와 물때를 보며 배를 타고, 아내는 상품을 손질해 손님을 맞이합니다. 꽃게를 삶고 손질하는 일이 반복되지만, 하루하루가 소중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.
아내가 바라는 건 많이 잡아 오는 꽃게가 아니라, 무사히 돌아오는 남편입니다. 그래서 남편은 만선이 예상되는 날에도 지나치게 오래 바다에 머물지 않는다고 합니다. 아무리 꽃게철이라도 출항한 지 4시간이 지나면 곧장 항구로 되돌아온다고 해요. 바다에서 잡아 온 건 꽃게만이 아니라, 서로를 지켜온 시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.
궁평항의 꽃게 한 그릇
부부가 지켜온 시간이 담긴 꽃게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라 희망처럼 느껴집니다. 수조 속 꽃게는 탱탱하고 껍질이 튼튼하며, 삶아 내면 속살이 단단해 밥과 함께 먹으면 바다향이 그대로 퍼집니다. 소금 간이 세지 않은 대신 꽃게 본연의 단맛이 있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.
손님들 중에는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고, 해마다 꼭 꽃게철이 되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. 여행 중 잠시 들른 사람에게도, 일상의 단골에게도 이 꽃게 한 상은 ‘맛’보다 ‘따뜻함’이 먼저 남습니다.
바다마을이 주는 힘
궁평항은 사람 냄새가 묻어 있는 항구입니다. 물가가 오르고 일손이 줄어드는 요즘에도, 이 부부는 가격보다 신선함과 정직함을 지키고 있습니다. 꽃게철이 아니면 문을 닫고, 잡히는 양이 적으면 기다리라고 말합니다. 그 느긋함이 오히려 신뢰가 되고, 그래서 이곳에서 먹는 꽃게는 맛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.
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시간이 그대로 식탁 위에 올라오는 셈이죠.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꽃게를 먹고 나면 “맛있다”가 아니라 “참 좋았다”라고 말합니다. 궁평항에 남은 건 바다의 냄새보다, 서로를 지켜온 사람들의 숨결이었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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